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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내, 근처 그리고 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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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혼자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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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

꽃내에 아니 남해에 와서

술을 이렇게 마신 적은 처음이었다.

프로젝트 여행을 전부 끝내 기분이 좋았고,

꽃내에 혼자 있게 된 기묘함이

내 고삐를 풀어버린 것 같다.

풀에 들어가 잠수도 하고,

춤도 춰보고,

흐느적 흐느적 걷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과

내 몸짓 하나하나에 출렁이는 물소리가

메아리치며 퍼져나가는 걸 듣고 있자니

꽃내가 아닌 듯 했지만

여기는, 어쩔 수 없는

나의 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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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족에 놀러 가고 싶은,

보물 같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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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의 거리를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경주의 황리단길이었다.

그곳에도 '아마도 책방'과 같은

작은 서점이 하나 있는데,

단지 서점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

거리가 특별해보였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느낌을 생각하며 서점의 문을 열었다.

작은방 두개가 딸린 아주 특이하고 특별한 책방.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는 곳.

굉장한 관광지가 된 그 서점과 달리

오롯이 책을 위한 공간.

한여름의 상징과 같은

낡은 철제 선풍기 하나와

한켠에서 조용히 노래하는 뮤직박스가

분명 책을 파는 가게인데도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원형 테이블 위를 빙 둘러 진열된

갖가지 판형의 독립 서적물,

대형 서점에서도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나만 알고 있던 영화 잡지와 동화책.

종류를 가리지 않는 책들이

아마도 서점을 장식하고 있다.

​구경만으로도 한시간이 소비된다.

계산대 앞에는 큰 가죽 소파가 마련되어있고

작은 방에는 침대와 낮은 의자,

책장 앞 여기저기 의자가 놓여있어

 어디든 앉아 책을 읽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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